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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성대로 흐르기

거짓말의 역사가 Ego를-

아주 어릴 적 어느 때 동생들을 돌보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동의를 한 다음, 부모님이 자리를 비우시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두 분이 집을 나서시기가 바쁘게 나는 동생들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부모님이 안계실 땐 내 제국을 통치하는 내가 터득한 놀라운(?) 방식이다. 내가 잠깐만 밖에 나갔다가 올테니까, 그 동안 잘 놀고 있거라! 만약 무슨 일이 있을 땐 (부모님이 예상보다 일찍 들어오시는 경우지만) 내가 금방 나갔다고 말할 것과 집안을 어지럽히지 않을 것을 어떤 일이 있더라도 꼭 지켜야 한다! 알았지! 그럼 잘 놀고 있어! 그리고는 동네 친구네로 달려가서는 신나게 놀곤했다. 이 방법이 잘 먹히던 때인지라 어느 날은 나는 안심하고 정말 신나게 놀다보니 저녘 시간이 다 되어서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갖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오면서도 야단맞을 생각을 하니 다리가 후들부들 떨리고 눈앞이 흐릿해졌다. 뭐라고 할까? 대문앞까지 와서는 안으로 들어설 용기가 나지를 않았다. 집안은 조용하다. 그래서 대문을 살짝 밀었다. 대문이 열리지를 않는다. 겁이 덜컥났다. 대문을 잠궈 놨을까? 그래서 대문을 확 밀었다. 오늘따라 삐~걱~! 하는 소리가 유난히도 컷다. 대문 소리에 놀라 저절로 서버렸다.

금방 이라도 "잘 했다. 그래, 매맞을 각오는 했겠지?" 라는 소리가 어디선가는 나기를 기다렸지만 조용하기만 했다. 마당을 지나 마루에 걸터 앉는 순간 아버지께서 조용하지만 엄하게 말씀 하셨다. "들어오지 말고 거기 꿇어 앉거라!" 방안에서는 저녘식사가 시작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밥도 제때 못먹을 만큼 바쁘신 분이 집에는 왠 일이지?" 그래도 밥먹고 싶은 생각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능청을 떨었다. "친구네서 저녘먹고 가라는데 그냥 왔다"고...물론 거짓말이다. "뭘, 했는지 말해봐라." 아버지 말씀은 아직도 엄하시다. 할 말이 별로 없다. 묵묵부답- "왜, 말이 없느냐?" 그래서 뭐라고 거짓말을 했지만 목소리는 점점 안으로 기어들어 갔다. 한편으로는 거짓말로 뭔가 핑게를 대고 있었고, 마음속으로는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 `이러면 않되는데-`, `혹시 이러다 매맞을지도 몰라`하면서 말이다.

내 기억으로는 이 때가 내 삶에서 거짓말이 시작된 싯점으로 짐작이 된다. 그렇게 시작된 거짓말이 그 후로 내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그때 그때 삶의 순간 순간에는 모르고 지났지만, 그것들이 모이고 쌓이면서 내 삶은 있는 그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거짓 삶이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에고의 시작은 그것이 고통인 것도 모른채,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점점 매몰되어지고 에고는 끝없이 커졌던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되었고, 비교하게 되었고, 진실됨이 없어져서 힘없는 삶이 되었고, ~체하는 삶이 되었고, 소극적이고 연약한 삶이 되어서 누군가의 눈치를 보게 되기도 하고, 뒤쳐질세라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은 다 해보고 싶어서 안달을 하게 되고 말았던 것이다.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들볶아 가면서 살아 있는 척하는 삶의 행로가 되어 가게 되었던 것이다.

후회하고, 힘들어하고, 외로워하고, 부러워하고, 자랑스러워하고, 괴로워하고, 미워하고, 시기하고, 뽐내고 싶고, 잘하고 싶고, 튀어나고 싶고, 보람을 느끼고 싶다...등등. 왜 그럴까? 누구에게 그런 생각이 났을까? 누구에게 보이고 싶단 말인가? 누가 따로 따로라고 생각을 떠 올릴까? 그런 분별을하는 사람이 누군가? 그렇게 갈라져 있다고 누가 생각하고 있었단 말인가?

거짓없는 삶! 이제야, 겨우 뭔가 조금은 숨쉬기가 수월해 졌다. 생각으로 안다고 생각했을 때와 실제로 살 때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차이가 아니라 전혀 다른 삶이다. 고통과 자유로움, 불행으로만 생각되던 것들이 그대로 있는데도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은총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 남의 눈치보지 않고 사는 삶이 얼마나 홀가분한지 이제 뭔가 조금은 알아지고 느껴진다. 삶은 역시 살만한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삶 ! 이것을 하기위해 얼마나 헤매었던가? 그 자리인 것을! 에고(ego)죽는다! 삶이란, 아이고 죽겠다~ 가 아니라, Ego(에고)가 죽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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