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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성대로 흐르기

가장자리를 너머서

2008년 9월 입니다.

지금까지 살펴 봐 주신 모든 분들께

5년이라는 시간의 선물에 감사드립니다.


한발 한발 돌 계단을 올라가서

걸쳐 놓은 통나무를 내려 놓으면

(제주도에서는 이것을 정낭이라 함)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가장자리를 넘어서는 길이다.

집이라는 한 사물의 가장자리를 넘어서면

숲이 우거져서 인적이 거의 없는 산책로라는 다른 사물과 접하게 된다.

이 곳에서 가끔씩은 어린 영혼들을 만나기도 한다.

말이나 쪽제비, 사슴, 두루미, 뱀, 도마뱀, 꿩, 까마귀떼,

직박구리를 비롯한 이름 모를 수 많은 새들과 풀벌레들...

이 길을 한가히 산책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하는 생각들의 가장자리를 넘어간다.

형상 없는 차원! 이 형상없는 차원이 우리 존재의 중요한 본질이다.

이 본질은 부를 이름이 없다는 것 때문에 잘못 사용되기도 하지만,

아마도 많은 이들은 '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것을 순수한 '있음'이라고 일컬을 때가 많다.

순수한 '있음'은 모든 존재에 앞선다.

사실 존재는 내용물이고 가장자리가 있는 것이다.

가장자리가 있는 존재들은 삶의 전면에 드러나고 있지만,

순수한 '있음'은 배후에서 지켜보고 있다.

인류가 집단적으로 앓고 있는 병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에 너무도 몰두하고,

변화하는 것 즉, 형상들에 아주깊게 최면당하고,

자기 삶의 내용물에 너무도 열중한 나머지

내용물 너머, 형상 너머, 생각 너머에 있는 본질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너무도 시간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자기가 온 곳을 잊은 것이다.

자기의 집이며 돌아갈 곳인 영원을-.

영원은 자기가 누구인가를 알려주는 살아 있는 실체이다.

순수한 '있음' 이라고 부르는 이 영원을!

잊었다고 해서 없어진 것이 아니기에

항상한 것을 회복하려면 존재의 가장자리를 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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