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 쪽 창 밖으로 펼쳐진 제주의 자연 숲
방충망을 뒤흔드는 바람소리가 하도 요란하여 바깥을 내려다 보았다.
창문 아래의 넓은 과수원은 단감나무 가지들이 심하게 흘들리면서
바람의 위력에 눌려 정신없이 소리를 내느라 몹시도 시달리는 듯하다.
남서쪽 하늘에는 비를 머금은 짙은 구름들이 두껍게 밀려가고
북쪽은 의외로 파란 하늘 저 멀리 수평선이 희미하고,
넓은 바다에는 그려놓은 것처럼 하얀 배 한 척이 떠간다.
바람소리는 요란하지만 정작 바람은 보이지가 않는다.
이렇게 요란하게 불어대는 바람은 남서 계절풍인가?
학교다닐 때는 무슨 무슨 바람이라고 배웠던 것도 같은데...
아마도 틀림없이 이름은 있었을 것 같다.
암튼, 지금 제주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다.
이름이 있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람도 존재하는 걸까?
물론이다. 정말로?
누가 감히 이 바람을 잡을 수 있을까?
지금, 누가 바람을 만들어 내고 있는가?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
나 자신의 본질에 대해서 살펴본다.
몸은 여기에 있지만, 나는 어디에 있는가?
바람을 생각하는 동안에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몸만 있었을까? 아니면...
사랑을 멈춘다면 사랑은 어디로 갈까?
잠자는 시간에 영혼은 어디에 있는 걸까?
방송보도에 육지는 폭우가 쏟아져서 물 난리라는데...
신은 어디에 있을까?
신은 존재하는 것일까?
다시 바람에 주의를 기우려보니,
눈에 보이는 것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바람에 밀려가는 구름이 있을 뿐, '바람은 보이지가 않는다'는 사실-
결과만 보이거나 들릴 뿐,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본질은 아무리해도 볼 수가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이 본질을 놓치고 살아 왔을까?
나만 그렇게 살았을까?
지금까지 살아 온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있을까?
유일한 증거는 보여지고 변해가는 육신뿐이다.
주민등록, 가족,형제자매, 친구 등은 직접적인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
우리는 대부분의 순간에
우리 자신의 본질을 (알지 못하거나) 잊고 살아 왔기에
변해가는 육체를, 생각을, 마음을 '나'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보여지거나 들리는 것처럼 오감이나,육감으로 느껴지는 것들은
모두가 변하는 것이기에 '환상(幻像)'이라고 했던 것이다.
변하는 것들을 기준으로 하는 삶의 관점에서는
무상(無常)이기에...
그래서 믿고 싶지는 않지만,
많고 많은 사람들이 '현실'이라는 '개념'의 벽을 너머서지 못하고 살아 가는 것이리라.
'현실'이라고 믿고 사는 생각은
생각인지? 아닌지? 조차도 살펴보지도 않으면서...
정신이라고 일컫는 영적인 존재,
본질인 '참나'는 변함없이 늘 '지금 여기'에있다!
불어대는 바람처럼' 보이지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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