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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성대로 흐르기

생명의 속삭임

어린 시절에 동생들의 옷은 거의가 형이 입었던 옷을 물려서 입었다.

이제야 겨우 살펴보고 알게 된 것은

동생이 헌 옷을 입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옷들이 모두 동생의 스타일이 아닌 형의 스타일이었다는 것이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나 같은 집에 살고 똑같은 학교에 다녔지만,

형과 동생은 각각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는 다른 아이들이었다.

형은 뭐든 갖고 놀다가 분해도 해보고 부수기도 하면서 개조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동생은 자기 것을 잘 보관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손대지 못하도록 했다.

형은 장난을 잘치고 짓궂기는 했지만 아무 옷이나 잘 입고 함께 어울려 놀았지만,

동생은 편한 바지를 입으며 주변을 깨끗이 하면서 책 읽기를즐겼다.

자라면서 형의 옷이 작아서 끼일 때 쯤되면,

아니나 다를까 동생에게는 꼭 맞았기에

부모님 입장에서는 그 옷을 동생에게 물려 입히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그런 가족들을 더러 목격할 수가 있을 정도이니

모든 것이 지금처럼 풍족하지 못한 시절에야 ...

이 같이 물려받는일이 겉으로 드러나는 옷에 국한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의 생각까지 물려 받거나 주입받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부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심지어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등을 주입받아 길이 들면서

요즈음의 어떤 광고에서는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이라는 것처럼

자기의 의도대로 살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의도를 챙기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지,

마음내키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의도대로 살지 않으면 진실의 자기는 점점 더 묻혀지고

갖가지 들쒸워진 신념과 정체성들이 자신의 삶을 주도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열대지방에서 필요한 것을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두꺼운 외투나 옷을 입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들에 파묻히게 되면

누구든 삶은 고통스럽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인생을 가장 즐겁게 사는 방법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기를 바라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 되어서 자기의 삶을 사는 것이다.

이제라도, 어려서부터 자신을 덮고 있는 낡은 생각의 껍질들을 벗겨내는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기를...

지금까지 자신으로 여겨오던 겉 껍질인 정체성들이 벗겨져 나갈 때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내면으로 부터 자기의 소리가 들리게 된다.

처음에는 그 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들려오지만,

겉 껍질이 완전히 떨어져 나가면 소리는 속삭이듯 들리게 된다.

자신의 '참 나'가 일러주는 생명의 속삭임이다.

이 속삭임으로 '~인' 척하지 않고 행동하며,

다른 사람들이 듣기 원하는 말만을 하지 않으면서

그저 자기로 있으며,

순수하고 단순하게 그리고 아주 가벼운 기분을 느끼며 살게 된다.

자기가 누구인지, 그저 있는 그대로 '참 자기'로 사는 것이다.

누구의 의상도 아닌, 어떤 허물로 없는...

우리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있으려고 애쓰는 것은

자기의 영혼에 짐을 지우고 슬픔을 갖게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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