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북한산에 올랐더니
비가 온 뒤라서 인적은 거의 없고,
꼬부랗게 이어지는 산길의 저 만치에는
옅은 안개가 고요히 피어 오르고,
길섶의 가을 풀은 빗방울을 이고서서
지나가는 바람과도 인사를 나누는데.
스치듯 지나다 보니
진달래 한송이가 시선을 뺏으며
연분홍 자태로 제철인듯 피었구나.
작은 키 굽은 가지는 온갖 풍상을 다 겪은 듯,
연하디 연한 꽃잎 안에는
암술은 하나인데 수술이 열개라니.
지금이 어느 땐가 겁도 없이 피었다니 !
자연이 자연 스러운 것을
이 생각이 묘하구나.
한송이 진달래는 철없이 피었건만
철부지 행인에게
어엿하게
산속 고요를 웃으면서 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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