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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풀어보기

사는 것과 산다고 생각하는 것

저는 34살의 평범한 회사원으로
용인 민속촌 근처의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회사일로 서울 역삼역 근처의 본사에 가게 되었습니다.

용인 회사에 있을 때는 자가용을 이용하여 출 퇴근을 하기에,
막상 서울을 갈려고 하니까 길도 막힐 것 같고,
지하철을 타자니 너무 답답할 것 같아서,
오랫만에 버스를 타고 가기로 마음을 먹고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서울로 가는 버스는 분당에서 많이 있길래,
용인 신갈에서 분당까지는 완행으로 운행되는 버스를 탓습니다.
그 때가 아침 7시 50분 정도 되었을 겁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 버스는만원 상태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날은 보통 때와는 다르게
서 있는 사람은 3~4명 정도이고 모두 앉아 있는 상태였습니다.

구성쯤 도착해서 막 출발을 하려고 할 때의 일입니다.
한 할아버지가 양손 가득히 짐을 들고 버스를 간신히 탔습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당신의 딸이나 아들에게 주려고
시골에서 가져온 식료품같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 10m정도 앞으로 전진했을까요?
갑자기 버스가 급정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놀란 사람들이 앞을 쳐다 보았습니다.

운전기사가 할아버지에게 "차비 없으면 빨리 내리라"고 하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어쩔줄 몰라하며,
"한번만 태워달라"며 애원하다시피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속에서는 운전기사가 어르신한데 너무한다고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런 찰라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앞으로 성큼 성큼 걸어갔습니다.

그러고는 가방을 내려 놓고 여기 저기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기사 아저씨한데 막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 쟎아욧! (귀청이 떨어져 나갈 정도의 소리로...)
아저씨 앞으로는 이렇게 노약하신 분들이 타시면
공짜로 10번 태워주세요!" 라고 말하면서 만원짜리를 돈통에 넣는게 아니겠어요?

순간, 눈물이 핑~돌 정도의 찡~함이 제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더군요.
그리고는 할아버지를 자기가 앉아 있던 자리로 모시고 가는게 아니겠어요...

정말 제가 태어나서
이렇게도 창피했던 적이 있었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왜 이렇게 고개를 들 수가 없고,
어른이라는 게 그렇게도 후회가 되는 하루였습니다.

오리역에 다 왔을 때 쯤인가, 저는 지갑에서 만원을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내리는 문이 열렸을 때
그 꼬마 주머니에 만원을 얼른 찔러 넣고는 도망치듯 뛰어 내렸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제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았습니다.
반성하는 하루를 살게해 준 그 꼬마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합니다.
(옮겨 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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