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할 때가 있었다.
지나온 삶의 너무도 많은 시간을 그의 드러남을 막게 되는 순간엔
어김없이 그 자리에 내(자아)가 있었다.
내 존재의 진실한 정체가 그 이의 다른 모습인 것을 알지 못하여
그렇게 나(자아)를 강화하기만 한 것이다.
'나' 라는 자아의 알맹이는 무엇인가?
어떻게 된 것일까?
자리가 바뀐 것조차 알지를 못했다.
* * *
내면을 탐사하여 사념의 안개가 걷히면 생각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한
나는 본래의 내 자리에 있다. 거기엔 늘 그 이도 함께있다.
그 이와 나는 같은 자리에 한 모습으로 있었다.
오랜동안 나와 다른 모습의 그 이를 찾을 때에도
그 이는 나의 모습으로 함께 했다니...
그 이는 늘 제자리에서 내 눈이 뜨이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이의 자리에서 그 이는 늘 있었다.
맑고 따사로운 햇살로, 싸늘한 바람 결로도,
떨어지는 낙엽으로, 때로는 마른 풀잎 위의 안개로
빗방울이나 흰 눈송이로...
누군가 설명을 원하지 않는 한 나는 안다.
만물은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모두가 다른 모습이지만, 그 모든 것이 드러난 그 이이다.
생각은 생각의 자리에서, 나는 내 자리에서, 내 모습의 그 이로...
그리고 모든 흐름이 전율로 밀려 다닌다.
이것은 그 이의 드러나는 방식이다.
얼음같이 차가울 수도 있는가 하면, 따사로운 햇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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