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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장모님과의 여행에서 얻은 것들

평소에 변변한 대접도 못해 드렸고, 살갑게 지내지도 못한채 사위라는 입장에서만 지나다가 모처럼 만에 한가하게 기회를 만들어 장모님을 모시고 일주일간 호주 여행을 하였다.

출발하기 전에는 같은 시간에 아시아나와 QANTAS 두대의 비행기가 똑 같이 시드니에 가는 것으로 되어 있는것 같아서, 해외로는 첫 나들이를 하시는 분을 생각하여 값이 조금더 비싸지만 아시아나표를 사서 탑승을 하고보니 한대(아시아나)의 비행기에 두회사의 표가 함께 이용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도 6만원을 날릴 수가 있구나!

가이드를 겸해서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정을 나누면서 사위도 자식이라는 단순한 생각과 부담없는 마음으로 출발하여 11시간 정도의 비행시간과 기내식은 그런대로 괜챦았고 장모님도 흡족해 하셔서 시작부터가 순조로웠다.

시드니를 거쳐서 멜버른에 도착하여도 평상시에 가끔씩 힘들고 지쳐하시던 모습은 장시간의 여행에도 말끔히 사라지셨고, 광활한 자연환경에 취하셔서 피곤도 잊으신체 기뻐하시는 모습은 아이들 같으셨다.

저녘에는 "내 평생에 사위와 같이 이런 좋은 곳을 오게 되다니-"하시며 감동에 졎어 눈물겨워 하시는 모습에 좀 더 일찍 챙겨서 모시지 못한 죄송스러움이 앞섰으며, 한편으로는 `연세가 드시면 애들과 같이 아주 작은 일에도 감동을 하시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여행을 하면서 처음에는 대구에 계신 어머님과 장모님이 자주 비교가 되면서 두분의 삶이 편안해 지시기를 기대했지만, 돌아올 때쯤에는 이때까지 내 삶의 많은 부분은 가족들과 솔직하게 사실대로 대화를 나누지 못한체 살아 왔음을 알게 되었다.

여러 여행지를 다니는 동안, 옆에서 뵙기에는 분명히 어려움이 있을 것만 같은데 "괜챦다"고 만 하시는 걸뵈면서 내 삶에는 그런적이 없었던가를 되짚어 보게 되었고, 그 순간 나 자신이 괜챦지도 않으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괜챦다`로 덮어 버렸던지, 또 그 결과로 엄청난 여파를 견디지 못할만큼 키워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도 힘들게도 했었던가! 를 알게 되었다. 이것은 사람의 정직성의 문제인 것이다.

정직성은 남들에 관한 얘기나 물의를 빚는 사회적 사건들만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정직성은 `내가 나 자신의 생각이나 말들을 사실대로 솔직하게 표현하여 스스로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는 정도`를 말하는 것이지, `남을 속이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진정 아니라고 느껴진다. 스스로에게 정직하지도 못하면서 남들과 솔직한 나눔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솔직히 말한다면 이런 점에서 나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고도 아득하다는 짐작이 된다. 세상에는 내 생각과 같다고 해서 옳은 것만은 아니다. 옳은 일은 누가 보아도 그냥 옳게 느껴지는 옳은 일이다. 또한 옳은 일인데도 다른 사람들이 하챦다거나 힘들어서 피해 가더라도 나만은 그 길을 가고자 한다. 이것은 정직한 게임이다. 나와 내가 벌이는 에고(Ego)에게 속지않는 큰 게임인 것이다.

장모님은 나름대로 기쁘고 행복한 시간을 가지시고 좋아하시며 자주 손을 잡아주시는 등 고맙다고 하셨지만, 나는 이 여행에서 이분을 통해서 내 안에 또아리를 틀고있는 에고(Ego)의 정체와 정직성을 바로잡을 기회가 되었기에 정말 행운이고 축복이었다고 느껴진다.

정직성을 회복할 수 있는 이 보다 더 큰 행운이 어디에 있겠는가!

AMAZING GRACE !

장모님, 감사 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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