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와 인정(2)
부지런히 달려서 광주에 도착해 보니, 저녘 11시가 넘었다. 그때까지 여섯살짜리 본이 마져 인사하고 잔다면서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급히 인사를 나눈 본이는 바로 "안녕히 주무세요."하고는 제방으로 사라진 뒤 우리는 살아오면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밤이 이슥하도록 나누었다.
아침 시간은 여유가 있어서 이것 저것 꾸물거리다가 늦은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으면서 음식 솜씨가 좋다고, 특히 고등어 굽는 솜씨가 뛰어나다고 했더니 이 집은 아침 식사를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아침은 잘 먹었지만 우리 때문에 특별히 아침준비를 하시고 기다리셨다니 조금은 미안했지만 고맙게 잘 먹었다.
사실 "아침식사는 시어른들께도 이렇게 대접한 적이 없었다"니 정말 극진한 대접을 받았았던 것으로, 몇번이고 감사를 드리면서도 사람사는 인정을 맛보게 해준 넉넉한 시간이었다. 다음에 이들이 서울에 오면 좀 더 잘해 줘야지하는 각오가 저절로 되었다. 오전 시간은 필요한 것을 챙기고 이곳의 몇 사람에게 안부전화를 하느라 후딱 지났다.
그냥 헤어지면 섭섭하다며 오랫만에 함께모여서 점심이나 하자고 7명이나 모였다. 조용하게 잠시라도 정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들이어서 따끈한 영양 돌솥밥으로 행복을 나눌 수가 있었다. 모두들 안정과 편안함이 더하는 삶이 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줘서 참으로 뜻깊은 자리가 되었다. 어떤 모임이 이렇게 부담없이 자기의 속마음을 들어낼 수가 있단 말인가 ! 정말 우리 모두는 축복받은 행복한 존재들이다.
이야기 꽃을 피우다보니 두시간도 더 지났다. 그 사이에 빗방울이 제법 굵게 내리고 있었다. 올해는 참으로 많은 비가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음에 또 만나자며 서로 먼저 가라면서 아쉬움을 남긴채 헤어졌다. 정말로 오묘한 것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이다.
생각으로 이어져서 늘 연결되어 가는 아련한 모습은 언제나 변함이 없는 것인가? 어떤 사람들은 기쁨으로, 어떤 사람들은 미움이나 원망으로 또 어떤 사람들은 사랑으로 함께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이어져 가는 신기함은 아마도 우리 인간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이리라! 이것을 이름하여 `인정`이라 하지 않을까?
격이 없이 나눈다는 것은 관용과 수용의 정도 만큼이겠지- 좀 더 넓어 져야지. 이것이 이생에서의 할 일이 아닌가 ! 어느 때나 나를 내세우지 않고 텅빈 사실만을 오롯이할 수가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