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성대로 흐르기

천원으로 맛 본 넉넉함

비어있음 2004. 6. 30. 18:33

한참 만에 종로에 나갔다.

국세청 앞에 심은 엄청나게 커보이는 삼나무의 멋진 자태에 감탄하다가,

영풍문고에 들러서 삶을 녹여줄, 끌리는 책 한권을 샀다.

지하철을 타려고 종각역으로 가는 모퉁이에서

"천원!","천원!" 하고 열심히 외치는 소리와 모습에 끌려서

가까이 가 보니 여러가지 떡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아직도 따스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날씨 덕이 아닐까? 하면서,

천원을 건내 주고, 말랑 말랑한 백설기 한덩어리를 쥐었다.

지하철역 의자에 앉아 지하철 들어오기를 기다리면서

잠깐 쉬는 사이에, 행복감이 오롯이 밀려왔다.

양식이 될 책 한권과 천원짜리 떡 한덩어리가 풍족함에 느끼기에 충분한 순간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케잌이나 빵을 살 때는 몰랐던 넉넉함이 있다.

천원짜리 작은 떡 한덩어리에 생각치도 못했던 이런 큰 풍족함이 있을 줄이야!

명절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던 어린 시절은,

아마도 떡을 실컷 먹는 즐거움이 있었기에 풍요로움이 더하지 않았을까?

풍족함과 행복은, 정말 돈으로는 계산될 수가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