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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나팔수를 기리며

지난

어려웠던 시기에

아주 잠깐이었지만 함께 하셨던 당신이,

지금은 왜 이렇게 그리워집니까?

맞대던 가슴이 아려옵니다.

정말 부패한 사람들은 부패와 함께

잘도 살아 가는데,

님께선

자신이 잘못된 일을 했다는 사실과는

타협할 수가 없는 정직한 성품이셨기에...

밑바닥의 처지에서 출발하여

권력의 최정상 생활을 거치시는 동안까지

늘 우러나오는 실제적인 개혁운동을 하셨습니다.

님께서는 생의 대부분을

'사람들이 편하게 숨쉴 수 있는 장을 만드시려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잠이 든 시간에도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심정으로

늘 먼저 일어나셔서 기상나팔을 불어 주셨지요.

그래서 깊은 잠에서 취해 있던

많은 수의 구성원들이 '조금만 있다가 불지~'하는 불평을 하면서도

잠자리에서 일어나도록 하셨던 외롭고 고달픈 나팔수 임무를 맡으셨습니다.

그러시던 님께서 이젠 구성원들이 스스로 일어나라고

자리를 내어주시며 황망하게 떠나셨나 봅니다.

님이 떠나시고 나서야 긴 잠에서 슬슬 깨어나 나팔수인 님을 그리면서

함께 했던 시간의 선물에 감사하며

사람이라는 존재의 진실한 가치에 가슴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당신과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걸어 놓은 환안한 모습의 영정사진 위로

'말없이 눈물만 흘리시던 ' 생전의 모습이 지꾸만 어른거리면서

'삶과 죽음이 같은 것이 아닌가!' 하시던 깨우침 덕분에

치밀어 오르는 뭉클함을 누르며 천사의 나팔(Angel Trumpet)한 그루를 심고나서

오열로 흰국화 한송이를 올립니다.

* * * *

님이시여!

세상의 모든 근심과 판단들로 부터 자신을 먼 곳에 있게 하십시오.

스스로에 대한 아무런 의견이 없는 존재를 받아 들이세요.

님이 늘 있어왔던 또 앞으로 언제나 있을

그 낯익은 한정없는 지금안에서 깨어나세요.

황홀하게 펼쳐져 있는 새로운 세계가 님을 기다립니다.

우리가 동반자로서 다시 만날 때까지

님을 먼저 보내 드립니다.

안녕히 가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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