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일찍, 여고 3학년인 큰 딸을 보낼테니
잘 좀 부탁드린다는 간곡한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하신 분은 중학교 선생님으로 학생들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기면 함께 상의를 할 정도로 가깝게 지나지만
최근에는 뜸하게 연락하시는 수험생의 어머니였다.
스스로 공부를 잘해서 늘 수석을 놓지지 않는다고
은근히 큰딸 자랑을 하시며 아무 걱정이 없다고 하셨는데
'어쩐 일일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만나보면 알겠지'하는 생각이 들어서 보내보라고 하고는 끊었다.
다음날 아침에 그 여학생이 왔길래,
'고3 학생이 입시와 진로문제 외에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면서 기다렸다고
했더니, 요즈음 들어서'갑자기 마음이 무겁고,
여러가지 생각들이 오락 가락하면서 공부할 생각이 줄어 들어서'
'자신이 일상에서 무엇을 믿고 있는지와 목표에 대한 의심을 없애고,
자기다운 자기를 회복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진실로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볼 수 있도록 조용한 시간을 갖은 뒤에, 전국이 고3 수험생들을
고3 병이라고 할 만큼 자신을 살펴볼 여유조차도 없이
모든 시간을 공부에 집중하도록만 유도해가는 세태인데도
그런 시류에 휘말리지 않고 한사람이기는 하지만 고3 수험생이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고 삶의 방향을 재조정'하고 싶다는 지혜로움에 감동하여
이틀간의 시간을 내어 내면으로의 여행을 함께 하였다.
이틀을 지나고나서 학생의 소감은 '자신의 의심하는 근본 이유를 알게 되었고,
목표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였다'며,'좀 더 큰 그릇이 되었다.'고 하였다.
청소년기에 스스로를 살펴서 '자신있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음'에
대견함과 기쁨과 고마움을 함께 나누었다.
수험준비의 바쁜 일과 중에도 짬을 내어서 함께해 준 시간의 선물에 대해
감사를 전하며, 그 정도의 지혜로운 학생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대학의
수시모집에서도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는다.
'기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이 이루어 지다. (0) | 2005.09.09 |
---|---|
평화의 마을에서 (0) | 2005.08.30 |
블로그를 하면서 (4) | 2005.06.20 |
백의 민족 (1) | 2005.04.29 |
선택은 자신이 한다. (4) | 2005.04.22 |